remember, stop처럼 의미가 바뀌는 to부정사·동명사 동사

to부정사는 앞일, 동명사는 지난 일

의미가 바뀌는 동사군에는 공통된 감각이 있습니다. to부정사는 원래 "하는 쪽으로"라는 방향성을 담고 있어서 아직 실현되지 않은 행동, 앞으로 향하는 행동과 어울립니다. 반대로 동명사 -ing는 행동을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 놓은 명사 형태라, 이미 벌어졌거나 진행 중인 장면을 가리키기 쉽습니다.

그래서 remember, forget, stop, try, regret 같은 동사 뒤에서는 두 형태가 충분히 다른 문장을 만듭니다. 문법적으로는 둘 다 맞는 문장이지만, 말하는 사람이 전달하려던 사건이 달라지는 겁니다. 시험 문제에서 이 동사들이 반복해서 나오는 이유도 형태 자체가 아니라 어느 시점의 행동을 가리키느냐를 묻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짚어둘 점은 이 시간 감각이 모든 동사에 적용되는 만능 공식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want, enjoy처럼 애초에 한 형태만 취하는 동사는 시간과 무관하게 형태가 고정돼 있습니다. 시간 방향 기준은 어디까지나 두 형태를 모두 취하면서 뜻이 갈리는 동사에만 적용됩니다.

remember와 forget 기억하는 시점이 다르다

to부정사 동명사 차이 remember와 forget 기억하는 시점이 다르다

같은 상황을 두 형태로 바꿔 보면 차이가 선명해집니다. I remembered to lock the door.는 "문을 잠가야 한다는 걸 기억해서 실제로 잠갔다"는 뜻입니다. 잠그는 행동은 기억한 시점보다 뒤에 옵니다. 반면 I remembered locking the door.는 "문을 잠갔던 일이 떠올랐다"이고, 잠그는 행동은 이미 끝난 과거입니다.

forget도 방향이 같습니다. I forgot to call him.은 전화해야 했는데 잊어서 전화하지 못했다는 말이고, I forgot calling him.은 전화한 적이 있는데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앞 문장에서는 전화가 일어나지 않았고, 뒤 문장에서는 전화가 이미 일어났습니다. 결과가 정반대라서 실제 대화에서 형태를 잘못 고르면 사실관계가 뒤집힙니다.

평소 대화에서는 forget doing 쪽이 상대적으로 덜 쓰이고, 대신 I don’t remember calling him.처럼 remember의 부정형을 쓰는 표현을 자주 보게 됩니다. 다만 문장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므로, 독해에서 만나면 "이미 한 일을 잊었다"로 해석하면 됩니다.

stop과 try 목적이냐 대상이냐

stop은 remember와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stop doing에서 동명사는 stop의 진짜 목적어, 즉 멈추는 대상입니다. He stopped smoking.은 담배를 끊었다는 뜻이죠. 그런데 stop to do의 to부정사는 목적어가 아니라 "하기 위해"라는 목적을 나타내는 부사 역할입니다. He stopped to smoke.는 하던 일을 멈추고 담배를 피우러 갔다는 말이 됩니다.

이 구조 차이를 알면 왜 뜻이 그렇게 갈리는지 납득이 됩니다. stop to do에서 멈춘 대상은 문장에 나오지 않은 다른 행동이고, to 이하는 멈춘 다음에 할 일입니다. 여기서도 to부정사가 가리키는 행동은 아직 하지 않은 앞일이라는 점은 유지됩니다.

try는 또 다른 대비를 보여 줍니다. I tried to open the window.는 창문을 열려고 시도했다는 뜻이고, 실제로 열렸는지는 문맥에 달려 있습니다. 잘 안 됐다는 뉘앙스가 따라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I tried opening the window.는 창문을 (시험 삼아) 한번 열어 봤다는 말로, 더위나 냄새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방법을 시도해 본 상황에 씁니다. 앞은 노력, 뒤는 실험에 가깝습니다.

의미가 바뀌지 않는 동사와 헷갈리는 이유

to부정사 동명사 차이 의미가 바뀌지 않는 동사와 헷갈리는 이유

혼란이 커지는 지점은 모든 동사가 두 형태를 다 쓸 수 있다고 오해할 때입니다. enjoy, avoid, finish, mind, suggest, admit 같은 동명사만 목적어로 쓰는 동사는 to부정사를 붙이면 문장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I enjoy to swim.은 어색하고 I enjoy swimming.만 자연스럽습니다.

반대로 want, decide, hope, plan, promise, refuse는 to부정사만 받습니다. She decided to move.는 되지만 She decided moving.은 쓰지 않습니다. 이 동사들은 대체로 앞으로 할 일에 대한 의지나 계획을 담고 있어서 to부정사와 결이 맞습니다. to부정사 용법 예문을 익힐 때 이 동사 목록부터 잡아 두면 나머지가 정리됩니다.

세 번째 부류도 있습니다. like, love, hate, begin, start는 두 형태를 모두 받지만 뜻이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I like to read.와 I like reading.은 사실상 같은 말로 통합니다. 그래서 정말로 뜻이 갈리는 동사는 remember, forget, stop, try처럼 한정된 무리이고, 이 무리만 따로 외우면 됩니다.

문장에서 형태를 고르는 기준

작문할 때는 다음 순서로 확인하면 실수가 줄어듭니다.

  • 동사가 remember, forget, stop, try 중 하나인지 먼저 본다.
  • 맞다면 내가 말하려는 행동이 아직 안 한 일인지, 이미 한 일인지 판단합니다.
  • 아직 안 한 일이면 to부정사, 이미 했거나 하고 있던 일이면 동명사를 쓴다.
  • 그 동사가 아니라면 해당 동사가 어느 형태를 받는지 확인합니다.

자주 틀리는 지점은 stop입니다. "담배를 끊었다"를 말하려다 He stopped to smoke.라고 쓰면 정반대 장면이 됩니다. 또 remember to do를 과거형으로 썼을 때 그 행동을 실제로 했다는 뜻이 되는 점도 놓치기 쉽습니다. I remembered to send it.은 보냈다는 말이고, I forgot to send it.은 못 보냈다는 말입니다.

번역할 때 한국어 문장을 그대로 옮기려 하지 말고, 그 행동이 문장 속 시점보다 앞인지 뒤인지 먼저 정해 보세요. 시점만 정해지면 형태는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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