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력 뜻을 낱말 그대로 풀면
어휘(語彙)는 한 언어나 특정 분야, 또는 한 사람이 사용하는 낱말을 모두 묶어 부르는 말입니다. 여기에 능력을 뜻하는 력(力)이 붙었으니 글자 그대로 풀면 낱말의 묶음을 다루는 능력이 됩니다. ‘의학 어휘’, ‘아이의 어휘’처럼 범위를 앞에 붙여 쓰는 것도 어휘가 단어 하나가 아니라 여러 낱말의 모음을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나누어 보면 어휘력이 단어 수만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 보입니다. 아는 낱말의 양이 출발점이기는 하지만, ‘다르다’와 ‘틀리다’처럼 가까운 말을 구분하는 정확성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다르다’는 같지 않다는 뜻이고 ‘틀리다’는 맞지 않다는 뜻이어서, 생김새가 다른 두 물건을 두고 ‘틀리다’라고 하면 뜻이 어긋납니다.
상황에 맞게 고르는 능력도 어휘력에 들어갑니다. 같은 뜻이라도 친구에게 보내는 메시지와 업무 메일에서 고르는 말은 달라집니다. 친구에게는 ‘자료 보냈어’로 충분하지만, 업무 메일에서는 ‘보내다’ 대신 ‘송부하다’를 골라 ‘자료를 송부했습니다’처럼 씁니다. 이 선택까지 해낼 때 어휘력이 좋다고 말합니다.
문해력 뜻과 어휘력의 차이, 같은 문장으로 비교하기

문해력(文解力)은 글을 읽고 그 뜻을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어휘력이 낱말 하나하나를 다룬다면 문해력은 낱말이 모여 만든 문장과 글 전체를 다룹니다. 문장끼리 어떻게 이어지는지, 글쓴이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어떤 조건에서만 해당하는 내용인지 읽어 내는 일이 여기에 속합니다.
차이는 같은 안내문 하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금일 오후 6시까지 주문한 분 중 회원 인증을 마친 분에 한해 무료 배송을 적용합니다.
‘금일’을 금요일로 읽고 금요일까지 주문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면 어휘력에서 막힌 경우입니다. 금일은 ‘오늘’이라는 뜻이어서 날짜부터 어긋납니다. 금일이 오늘이라는 것도, 회원 인증이 무엇인지도 다 알면서 ‘오늘 6시까지 주문하면 누구나 무료 배송’으로 읽었다면 이번에는 문해력의 문제입니다. 낱말은 정확히 알았지만 ‘회원 인증을 마친 분에 한해’가 앞의 주문자 전체를 좁히는 조건이라는 관계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 비교 축 | 어휘력 | 문해력 |
|---|---|---|
| 다루는 단위 | 낱말 | 문장과 글 전체 |
| 하는 일 | 뜻을 알고 상황에 맞게 고르기 | 문장 관계·의도·맥락 파악 |
| 안내문에서 막힌 지점 | ‘금일’을 금요일로 읽음 | 조건의 적용 범위를 놓침 |
두 능력은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모르는 낱말이 많으면 문장 관계를 따지기 전에 읽기가 멈추므로 어휘력이 문해력을 받쳐 줍니다. 그래도 두 번째 경우처럼 단어를 모두 안다고 해서 글을 정확히 읽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말이 가리키는 상태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말은 아는 단어가 적다는 뜻으로만 쓰이지 않습니다. 소리가 비슷한 결재와 결제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도 여기에 들어갑니다. 결재는 윗사람이 안건을 검토해 승인하는 일이고 결제는 값을 치르는 일이라서, 두 단어를 모두 들어 봤더라도 ‘부장님께 결제를 올렸다’라고 쓰면 전혀 다른 일이 됩니다.
뜻은 아는데 말할 때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거 좀 해서 좀 그랬어’처럼 ‘그거’, ‘좀’으로 뭉뚱그리면 듣는 사람이 대강 짐작은 해도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는 전해지지 않습니다. 읽을 때는 이해하는 단어를 말로 꺼내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문해력 부족과 겹치는 지점은 모르는 낱말 때문에 글을 잘못 읽었을 때입니다. 반면 말할 때 단어가 막히는 것은 읽기와 따로 생길 수 있고, 단어를 다 알면서 조건을 놓치는 것은 문해력 쪽에 가깝습니다. 말이나 글 한 번으로 어휘력이 부족하다고 단정하기보다 낱말을 몰랐는지, 구분하지 못했는지, 떠올리지 못했는지를 나누어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어휘력 영어로는 vocabulary, 문해력은 literacy

vocabulary는 본래 ‘어휘’, 곧 한 사람이 아는 낱말의 범위나 한 언어의 낱말 전체를 가리킵니다. 능력을 뜻하는 ‘력’에 해당하는 부분이 없으므로 어휘력을 영어로 옮길 때는 vocabulary에 형용사나 동사를 붙여 풍부하다, 늘리다, 부족하다를 드러냅니다.
- She has a wide vocabulary. (그녀는 어휘력이 풍부하다.)
- I want to expand my vocabulary. (어휘력을 늘리고 싶다.)
- His vocabulary is limited. (그는 어휘력이 부족하다.)
직역하면 ‘넓은 어휘를 가졌다’, ‘어휘를 넓히다’, ‘어휘가 제한적이다’에 가깝지만 한국어로는 어휘력으로 옮기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영어 문장에서는 능력의 정도나 변화를 wide, expand, limited 같은 말이 맡고 있는 셈입니다. have 뒤에 형용사와 함께 쓸 때는 a wide vocabulary처럼 앞에 a를 붙이는 것이 보통이고, 모음 소리로 시작하는 형용사 앞에서는 an extensive vocabulary처럼 an이 됩니다. 누구의 어휘인지 밝힐 때는 my vocabulary처럼 소유격을 씁니다.
문해력을 기초적인 읽고 쓰기 능력이라는 뜻으로 쓸 때는 literacy가 맞습니다. 글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힘에 초점을 둔다면 reading comprehension이 더 가까울 수 있습니다. 앞의 안내문에서 조건을 놓친 경우는 글자를 못 읽은 것이 아니라 이해에서 어긋난 것이므로 reading comprehension 쪽에 해당합니다. 다만 두 표현이 겹쳐 쓰이는 문맥도 있으니, 문장에서 무엇을 가리키는지 보고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아는 단어와 쓰는 단어: 영어 vocabulary를 두 갈래로 보기
단어를 많이 안다고 곧바로 어휘력이 좋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읽거나 들을 때 뜻을 알아보는 단어를 이해 어휘(receptive vocabulary), 말하거나 쓸 때 직접 꺼내는 단어를 표현 어휘(productive vocabulary)라고 합니다. receptive는 ‘받아들이는’, productive는 ‘만들어 내는’이라는 뜻이라 이름에서부터 방향이 갈립니다.
그에게 전화하기가 내키지 않았던 한 상황을 놓고 보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I was reluctant to call him.(그에게 전화하기가 내키지 않았다)이라는 문장을 읽을 때는 reluctant가 ‘꺼리는, 내키지 않는’이라는 뜻임을 바로 알아본다고 해 봅시다. 그런데 같은 상황을 직접 말할 때 I didn’t really want to call him.만 나온다면 reluctant는 아직 이해 어휘에 머물러 있습니다. 뒤 문장도 맞는 영어이지만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 적은 셈입니다.
쓰는 단어가 되려면 함께 어울리는 말까지 알아야 합니다. ‘실수하다’는 make a mistake로 쓰며 do a mistake는 일반적인 조합이 아닙니다. mistake의 뜻을 알아도 make와 짝을 이룬다는 것을 모르면 말할 때 어색한 문장이 나옵니다. reluctant도 ‘~하기를 꺼리다’라는 뜻으로 쓸 때는 be reluctant 뒤에 to와 동사원형이 이어진다는 것까지 알아야 바로 쓸 수 있습니다.
어떤 단어가 쓰는 단어가 되었는지는 다음으로 확인해 보세요.
- 그 단어로 내 상황에 맞는 예문을 직접 만들어 본다.
- 함께 쓰는 동사나 전치사, 뒤에 이어지는 형태를 확인한다. (make a mistake, reluctant to + 동사원형)
- 비슷한 단어와 무엇이 다른지 한 문장으로 말해 본다.
세 항목을 막힘없이 해낼 수 있다면 그 단어는 표현 어휘로 옮겨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휘력을 가늠할 때도 아는 단어의 개수보다 이렇게 꺼내 쓸 수 있는 단어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는 편이 실제 쓰임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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