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만 외운 단어가 먼저 잊히는 구조
단어장에 postpone = 연기하다라고만 적어 두면, 기억에 저장되는 건 영어 글자 모양과 한국어 네 글자의 짝입니다. 이 짝은 단어를 만난 상황도, 문장에서의 자리도 담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험지나 지문에서 그 단어를 다시 만났을 때 걸릴 고리가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단어를 문장 안에서 외우면 단서가 여러 개 생깁니다. 누가 무엇을 연기했는지, 뒤에 어떤 형태가 왔는지, 어떤 상황에서 쓰였는지가 함께 저장됩니다. 기억에서 단어를 꺼내는 길은 단서 개수만큼 생긴다고 보면 됩니다.
뜻만 외운 단어가 유독 빨리 흐려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길이 하나뿐이라 그 길이 막히면 끝이고, 비슷하게 생긴 단어(postpone과 propose)가 들어오면 서로 섞이기도 쉽습니다. 단어 수를 늘리는 속도는 빠르지만, 남는 양은 적은 방식입니다.
한국어 뜻 하나로는 단어의 쓰임이 안 잡힌다

expect와 wait를 둘 다 "기다리다"로 외운 학생은 이런 문장을 만듭니다. I expected for the bus. 실제로는 I waited for the bus.가 맞고, expect는 I expect her to come at six.처럼 어떤 일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하는 쪽입니다. 뜻 한 줄만 보면 두 단어가 같아 보이지만, 뒤에 오는 형태와 상황이 다릅니다.
borrow와 lend도 비슷합니다. 둘을 "빌리다"로만 외우면 Can you borrow me your pen?처럼 방향이 뒤집힙니다. 빌려 가는 쪽은 Can I borrow your pen?, 빌려 주는 쪽은 Can you lend me your pen?입니다. 같은 상황을 두 문장으로 나란히 두면 누가 누구에게 주는 방향인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한국어 뜻은 단어를 처음 잡을 때의 손잡이일 뿐입니다. 뜻이 겹치는 단어가 나타나는 순간 손잡이만으로는 구별이 안 되니, 쓰임까지 함께 적어 두는 쪽이 안전합니다.
문장과 짝 단어까지 묶어서 외우는 방법
단어 하나를 외울 때 세 가지를 같이 적습니다. 첫째는 그 단어가 들어간 짧은 문장, 둘째는 자주 붙어 다니는 짝 단어, 셋째는 뒤에 오는 형태입니다. depend라면 depend on이라는 짝과 It depends on the weather.라는 문장이 함께 들어갑니다.
짝 단어를 챙기면 틀릴 자리가 줄어듭니다. make a decision, take a shower, pay attention to처럼 영어는 어떤 동사와 명사가 같이 오는지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do a decision이라고 쓰면 뜻은 전해지지만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형태 정보도 한 줄이면 충분합니다. suggest는 suggest going처럼 뒤에 -ing가 오고 suggest to go는 쓰지 않습니다. 반면 decide는 decide to go입니다. 이런 차이는 뜻으로는 예측되지 않으니 외울 때 같이 적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다시 꺼내 보는 복습이 암기보다 중요한 이유

외운 다음 날 단어장을 눈으로 쭉 읽으면 "아는 단어"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때 하고 있는 일은 영어와 뜻을 동시에 보면서 확인하는 것이라, 기억에서 꺼내는 연습은 빠져 있습니다. 시험장에서 필요한 건 뜻을 가린 상태에서 떠올리는 쪽입니다.
그래서 복습은 한쪽을 가리고 합니다. 영어만 보고 뜻과 예문을 말해 보고, 막히면 그때 확인합니다. 막혔다가 확인한 단어가 그냥 읽은 단어보다 오래 남습니다. 한 번에 다 맞히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간격도 중요합니다. 같은 날 열 번 보는 것보다 오늘, 이틀 뒤, 일주일 뒤로 나눠 보는 쪽이 유지에 유리합니다. 틀린 단어만 따로 모아 두면 복습 분량이 계속 줄어듭니다.
단어장을 이렇게 바꿔 보세요
apply = 적용하다, 지원하다라는 한 줄을 이렇게 고쳐 씁니다. 뜻 두 개를 쓰임으로 나누고(apply for a job 지원하다 / apply the rule 적용하다), 각 쓰임에 문장 하나를 붙입니다. She applied for the job last week.처럼 과거 형태까지 보이면 활용도 함께 잡힙니다.
손이 많이 가는 것 같지만, 단어 하나에 한두 줄 더 쓰는 정도입니다. 하루 목표를 50개에서 20개로 줄이고 이렇게 쓰는 편이, 50개를 뜻만 적고 다음 주에 다시 외우는 것보다 남는 게 많습니다.
- 뜻 옆에 그 단어가 들어간 짧은 문장을 하나 적었는지
for,on,to처럼 뒤에 붙는 말을 표시했는지- 뜻이 비슷한 단어와 나란히 둬 차이를 적었는지
- 복습할 때 한쪽을 가리고 떠올렸는지
- 막힌 단어를 따로 모아 두었는지
예문은 교재나 사전에 실린 문장을 그대로 가져오는 쪽이 안전합니다. 직접 만든 문장은 어색한 표현이 섞일 수 있고, 그 어색함까지 같이 외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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