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재 대신 문장 100개로 시작하는 이유
문법서는 규칙을 분류해 놓은 책이라 처음 보면 어디서부터 입으로 옮겨야 할지 잡히지 않습니다. 단어장도 비슷합니다. apple, decide, however를 따로 외워 두면 단어는 알겠는데 문장으로 꺼낼 때 순서가 막힙니다.
문장은 단어와 규칙이 이미 결합된 상태로 들어옵니다. I’m looking for the station. 한 문장을 외우면 "찾고 있다"는 현재진행형, for 다음에 찾는 대상이 온다는 구조, the station이라는 표현이 묶음으로 남습니다. 규칙을 먼저 배우고 적용하는 순서를 뒤집어, 쓸 수 있는 문장을 먼저 갖고 나중에 그 안에서 규칙을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혼자 공부할 때 이 방식이 특히 맞는 이유는 진도를 스스로 관리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교재는 3과를 건너뛰면 7과가 막히지만, 문장 묶음은 어느 문장을 먼저 익혀도 서로 발목을 잡지 않습니다.
100개 문장을 어디서 어떻게 고르나

출처는 돈을 들이지 않아도 충분합니다. 하루 중 내가 한국어로 자주 하는 말을 적어 두고 그걸 영어로 옮기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이거 얼마예요", "다시 말해 주세요", "지금 가는 중이에요" 같은 말이 내 문장 목록의 출발점이 됩니다.
여기에 영어 자막이 있는 짧은 영상, 공공기관 안내문, 영어 메뉴판이나 표지판 사진처럼 실제 쓰이는 문장이 담긴 자료를 보태면 목록이 채워집니다. 옮긴 문장이 맞는지 확신이 없을 때는 그 문장을 따옴표로 묶어 검색해 같은 형태가 실제로 쓰이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고를 때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단어 8개 이내로 짧게 유지합니다. 길면 외우는 데 시간이 몰리고 입으로 안 나옵니다. 둘째, 시제는 현재·현재진행·과거 세 가지 안에서 고릅니다. 가정법이나 완료 시제는 기초 100개에 넣지 않습니다. 셋째, 쓸 상황이 떠오르는 문장만 남깁니다. 상황이 안 떠오르면 그 문장은 내 것이 아닙니다.
하루 분량과 익히는 순서
하루 3~5개면 충분합니다. 100개를 한 달 안에 다 보려고 10개씩 잡으면 셋째 날부터 복습이 밀려 앞 문장이 빠져나갑니다. 한 문장에 쓰는 시간은 3분 안쪽으로 보고, 대신 다음 날 다시 꺼내는 쪽에 시간을 씁니다.
문장 하나를 처리하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 소리부터 듣습니다. 사전이나 번역 서비스의 발음 재생으로 문장 전체를 두세 번 듣습니다.
- 뜻을 확인합니다. 단어별 뜻이 아니라 문장 전체가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 말인지 한국어로 한 줄 적습니다.
- 소리를 따라 말합니다. 녹음 없이 입으로만 다섯 번 정도, 끊지 않고 한 호흡에 말해 봅니다.
- 한국어만 보고 영어로 말해 봅니다. 여기서 막히면 그 문장은 아직 안 넘어간 것입니다.
- 다음 날과 사흘 뒤에 4번만 다시 합니다.
여기서 소리를 뜻보다 먼저 두는 이유는, 글자만 보고 외운 문장은 나중에 상대가 말할 때 못 알아듣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한 문장을 여러 문장으로 늘리는 방법

문장 100개가 100개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하나의 틀에서 바꿀 수 있는 자리를 찾으면 같은 구조로 여러 문장이 나옵니다.
I’m looking for the station.(역을 찾고 있어요)에서 the station 자리만 바꿔 보겠습니다. I’m looking for my phone.(제 휴대폰을 찾고 있어요), I’m looking for a bathroom.(화장실을 찾고 있어요)처럼 찾는 대상만 교체됩니다. 명사 앞에 the, my, a 중 무엇이 오는지는 그 대상이 정해진 것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같은 문장에서 부정과 의문으로도 틀을 바꿉니다. I’m not looking for the station.(역을 찾는 게 아니에요)은 be동사 뒤에 not을 넣은 형태이고, Are you looking for the station?(역을 찾고 계세요?)은 be동사를 앞으로 보낸 형태입니다. 시제를 바꾸면 I was looking for the station.(역을 찾고 있었어요)이 됩니다.
바꾸는 자리는 한 번에 하나만 건드리는 편이 좋습니다. 대상과 시제와 부정을 동시에 바꾸면 어디서 틀렸는지 확인할 수 없게 됩니다.
혼자 할 때 어긋나는 지점
발음 확인을 생략하고 눈으로만 외우는 경우가 가장 자주 어긋납니다. comfortable을 글자대로 읽어 두면 상대가 말한 같은 단어를 못 알아듣습니다. 새 문장에는 재생 버튼을 한 번 누르는 습관을 붙이는 쪽이 낫습니다.
문장 뜻만 한국어로 암기해 두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지금 가는 중이에요 = I’m on my way."로 짝만 외우면 on my way를 다른 문장에 쓰지 못합니다. 문장을 익힐 때 어느 자리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인지 한 번씩 표시해 두면 응용으로 넘어갑니다.
문장 수를 늘리는 데 마음이 쏠리는 것도 흔합니다. 100개를 다 적어 놓고 익힌 건 20개인 상태가 되기 쉬운데, 목록 길이보다 입으로 나오는 문장 개수가 기준입니다. 20개가 확실히 나온다면 교재 없이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재료는 갖춰진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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